일요일, 9월 03, 2006

일산에서 서울 북동쪽 결혼식 가기는 역시 힘들다

오늘 회사 직원 결혼식 때문에 고려대 교유회관을 가게 되었다. 자가용이 없는 터라 난 일산에서 서울 북동쪽에 가야한다는 사실에 적잖은 부담을 가졌다.

전에 한번 미아리쪽에 있는 예식장을 갈 때 고생을 했기때문에 오늘은 일찌감치 1시간 30분 전에 집을 나섰다. 하지만 일요일이라 지하철이 드문드문 운행되어 10분 넘게 기다려 3호선 지하철을 타고 약수에서 또 10여분을 기다려 6호선을 갈아탔다. 도착하니 예식시간인 1시를 5분 넘고 있었다. 또 지각이라니.. ㅠ.ㅠ

1시간 반 정도 시원한 지하철에서 독서를 하다보면 어느덧 도착하리라 생각했는데, 지각을 하고, 헐레벌떡 오니라 땀도 많이 났다.

직원들 중 일부는 예식을 보지않고 바로 점식식사를 하러 갔다. 난 결혼예식시간이 즐겁지는 않지만, 그렇다고 해서 그 시간동안 식사를 하는 것이 영 못마땅했다. 결혼식장에 온 최소한의 예의는 그 사람의 결혼 예식을 멀리서나마 지켜봐주고 박수 칠 때 박수 치고, 사진 찍을 때 사진 찍힘을 당해주는 게 아닐까 싶다. 아침도 굶고, 빨리 다른 볼일이 있어서 어쩔 수 없다면야 모르겠지만, 예식시간 중에 밥부터 챙겨먹는건 마음이 불편하다.

사진을 찍고 식당으로 내려가니, 이런! 뷔페 음식이 남아있는게 거의 없었다. 먼저 먹었던 직원들은 "일찍 오시지~"라며 줄을 선 우리를 뒤로 하고 가고, 우리는 리필을 기다리며 줄을 지어있었으나 리필은 커녕 그나마 조금 남아있던 음식도 바닥을 들어내는 걸 보며 안타까워했다.

2개가 남아있는 음식은 1개만 집고, 1개만 남아있는 음식은 어쩔 수 없이 뒷 사람 생각하지 못하고 담는 생존게임이었다. 국수도 없고 과일도 없고 밥만 남았다. 고기나 해산물은 바래지도 못하고 이게 뭔가 싶었다. 호텔 뷔페를 가져오는 것이라 인원수에 딱 맞추지 못하는 모양이다.

내 결혼식때도 식권을 넉넉히 했음에도 식권이 모자라서 추가로 사고,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내 가장 친한 친구 녀석 2명이 점심을 못 먹는 불상사가 있었음을 결혼식 끝나고 알았다. 결혼식장에서의 밥의 중요성에 비추어 현실적으로 사고가 가장 잘 나는 게 밥이다.

친구가 결혼하면 현금을 손에 쥐어준다거나 너무 친해서 따로 주거나 아님 내가 백수라서 축의금을 제대로 못내서 따로 식권을 받아야하는 경우가 있는데, 이럴 때 식권이 모자라는 경험을 몇번 했다. "아이~ 그 녀석을 왜 식권 하나 제대로 딱딱 못 챙기는거야~?"하는 친구녀석들의 아우성이 들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.

이건 모두다 우리의 칼같은 초대 문화가 없어서가 아닐까. 제 결혼식에 초대합니다라는 초대장을 보내고, 초대받은 사람은 자신이 갈 것인지 말 것인지 확답을 해주는 초대문화만 있으면, 이런 사소하지만 가슴에 남는 불상사는 없을텐데 말이다.

암튼, 배고파 돌아오는 결혼식은 첨인데, 또 1시간40여분을 지하철 타고 와서... 가뜩이나 더워 지친몸을 이끌고 돌아와서 시원 에어컨 밑에서 어제 사둔 호두빵을 먹었다. 아~ 맛있고 시원하다~

역시 늙으나 젊으나... 편하고 배부른게 최고다~!

아... 일산에서 서울북동쪽 결혼식은 너무 힘들다~